그는 천애고아였다. 어미도, 아비도. 사촌조차 없는 천애고아. 살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쓰레기 통을 뒤져가며 일주일에 겨우 빵 한조각이나 겨우 먹을까 한 그런 고아.
가진것이라곤 요한 이라는 이름과 육신 두가지 뿐인 그에게. 뒷골목은 살아가기 위한 전장이자, 무덤이였다. 살기위해 싸워야 하고, 동료를 만들어야 하는곳.
그러지 못한다면 죽는것 보다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여자아이라면 당연히 돈 많은 이들에게 팔려나가고. 남자라 하더라도 얼굴이 반반하면 팔렸다. 팔리지 않는 아이들도 앵벌이를 하러 끌려가거나 공방이나 농장 따위에 팔려가기 쉽상이였다.
뒷골목은 그러한 세계다. 지켜주는 이도, 도와주는 이도 없는 야생. 살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하고 누구도 그것을 비판하지 않는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요한은 반반한 편의 남자아이에 속했다. 영양이 부족해 푸석할 머리도 유독 반짝이고, 골격이 큼직해 나이에 비해 장대한 신장은 위압적인였고. 언젠가 들었던 어미를 닮아 곱슬거리는 머릿결은 자칫 사나워 보일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뒷골목에서 그를 잡을 수 있는 어른은 단 한명도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를 붙잡는 이들의 손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는 모든것을 무기로 썻다. 돌, 막대기. 단검. 심지어는 술통이나 빵 마저도.
그런 그에게 뒷골목의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요한은 모든것을 무기로 사용하는 남자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이는 이곳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요한을 잡은 이가 하나 있었으니, 이 영지의 주인, 팰리안 백작이였다.
팰리안 백작이 그를 잡으러 온 이유는 단순했다. ‘뒷골목의 요한을 잡을 수 있는 이가 없다. 그리고 그가 무기를 잘 다룬다.’
전쟁에서 쓸만한 병사를 모집 중이던 백작에게 무기를 잘 다루는 건장한 남성을, 그것도 자기 영지에 있는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백작이 영지에 사람을 풀어 요한을 붙잡은 것이다. 요한을 잡기 위해 30명의 병사가 뒷골목을 해집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요한이라도 그 훈련된 30명의 병사들을 상대로 도망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거리를 잘 안다는 이점은 있었으나. 30명의 병사들이 골목 마다 포진해있었고, 그런 이들이 점점 조여오는 포위망에, 요한이 두손두발 모두 든 것이다.
쇠사슬에 묶여 성으로 끌려가던 순간, 요한은 무겁게 가라앉는 숨을 삼켰다. 발자국 소리마다 울리는 쇳소리가 그의 굴레를 증명했다. 도망칠 길은 없었다. 이제부터는 버텨야 했다.
성의 문턱을 넘자 공기가 달라졌다. 뒷골목의 썩은 냄새와는 다른, 차갑고 건조한 공기. 빛나는 갑옷, 정제된 돌벽, 눈길조차 허락하지 않는 위압적인 공간. 이곳은 힘 있는 자들의 세계였다. 뒷골목과는 정반대. 그러나 본질은 같았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한다. 규칙은 단순했고, 그 단순함이 가장 잔혹했다.
백작의 시선을 마주했을 때, 요한은 스스로가 짐승처럼 팔려가는 기분을 느꼈다. 인간이 아닌, 무기로 평가되는 존재. 하지만 그것이 낯설진 않았다. 뒷골목에서도 자신은 언제나 먹잇감이자 짐승이었으니까.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제부터는 더 큰 우리 속으로 들어간 것뿐.
군영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요한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여기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끝이다. 뒷골목에서의 싸움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부터의 싸움은 훨씬 크고, 피와 살로 물든 전장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굶주린 자들이었다. 살기 위해 모여든 패잔병, 버려진 자식, 도망친 노예. 그들 모두가 한 자리에 끌려와 있었다. 모두가 같은 처지, 하지만 모두가 서로의 적. 뒷골목에서 살아남았던 요령이 다시 쓰일 터였다. 누구와 손을 잡을지, 누구를 밟아야 할지.
무기가 손에 쥐어지는 순간, 요한은 짧게 숨을 고르며 다짐했다.
살아남는다. 어떤 방식으로든.